Two Different Landscapes,
SHITENNOJI And TENNOJI

정(靜)과 동(動)의 두 풍경 산책,
시텐노지(四天王寺)와 덴노지(天王寺)

번잡한 도심의 소음을 뒤로하고 오사카의 ‘뿌리’라고 불리는 시텐노지(四天王寺) 그리고 또 다른 풍경의 덴노지(天王寺)를 거닐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인파로 가득한 난바역(難波駅)에서 불과 몇 정거장 거리, 걸어서도 30여 분이면 만날 수 있는 시텐노지는 도시와는 전혀 다른 시간의 결을 품고 있다.

느림의 여유로 낮 산책,

‘시텐노지(四天王寺)’

오사카 텐노 지역에 있는 시텐노지(四天王寺)는 쇼토쿠 태자(聖徳太子)가 창건한 일본 불교 초기의 유명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사찰 경내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오사카 도심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마치 방음벽 속으로 들어온 듯 외부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깃든다. 사찰 입구에는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사천왕(四天王)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시텐노지의 첫인상은 오래된 목조 건축물에서 느껴지는 고찰의 흔적보다는, 말끔하게 정돈된 내부와 주홍색으로 단장한 건축물이 먼저 눈에 띈다. 매끈하게 다듬은 기둥과 처마, 그리고 경내의 풍경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고찰이라는 ‘낡음’ 대신 정제된 ‘고요함’이 이곳의 분위기라면 맞을 듯하다.
경내를 천천히 걷다 보면, 유독 시선을 끄는 데가 있다. 삿갓을 깊게 눌러쓰고 지팡이를 짚은 채 어딘가로 향하는 듯한 모습의 동상이다. 바로 이 동상이 일본 불교에서 성자로 추앙받는 고보대사, 공해(空海) 스님이다. 공해 스님의 자태는 정(靜)적이면서도 동(動)적인 듯하다. 마치 수행 길을 떠나는 순간을 보여 주는 모습처럼. 그저 단순한 조형물로 바라보기보다는, 한 시대의 사상과 신념이 응축된 인물의 정신세계를 보는 듯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화려함과 적막감의 밤 산책,

‘덴노지(天王寺)’

오사카의 또 다른 얼굴인 덴노지(天王寺)로 향했다. 텐노지는 도톤보리처럼 화려한 번화가는 아니지만, 차분하면서도 은근히 화려함이 묻어나는 거리 풍경은 관광객과 주민이 만들어 내는 텐노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마주하게 된다.
텐노지의 중심가를 걷다 보면, 양옆으로 길게 이어진 가게 너머로 거대한 구조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로 관광객들이 이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포토 스폿인 쓰텐카쿠(通天閣) 전망대이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이나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흥미로운 점은 전망대가 멀리서도 충분히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전체 모습은 온전히 담으려면 더 가까이 가야 한다는 점이다. 건물 사이를 지나고, 거리 깊숙이 갈수록 점점 더 화려해지는 불빛의 향연 때문이다.
텐노지의 밤은 특히 인상적이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전망대 주변은 여전히 사람으로 북적이며 활기를 띠지만, 불과 몇 걸음만 벗어나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불빛이 집중된 장소에서는 웃음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이어지지만, 그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고 정적이 내려앉는다.
같은 공간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가 대비되는 묘한 덴노지의 풍경이다. 마치 도시가 가진 두 얼굴, 화려함과 적막감. 즉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주는 듯하다. 시텐노지의 고요함에서 시작해 텐노지의 화려함과 적막감의 밤으로 마무리하는 오사카의 숨겨진 이곳은 오사카를 좀 더 천천히 산책하고 싶다면, 이 길을 따라가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사찰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느려진다. 바쁘게 움직이며 발걸음을 재촉했던 지난 시간을 잠시 내려놓고 한숨 느긋한 호흡으로 느림의 시간을 가지려는 본능이 샘솟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시텐노지는 단순히 ‘보는 공간’이 아니라, 현대인에게 느림의 여유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성찰의 공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잠시 인근 카페에 들러 휴식을 취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하늘은 어느덧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다. 낮과 밤의 경계가 서서히 사라지는 시간, 도시의 분위기도 변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