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의 기술

Potocco 2025 컬렉션, 공예가 완성한 현대의 미감

이탈리아 북동부 포르데논(Fordenone) 근교의 작은 공방에서 시작된 Potocco는 한 세기 넘게 ‘가구는 형태이자 감정이다’라는 철학을 이어왔다. 그들에게 가구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공간의 공기를 조율하고 사람의 감각을 깨우는 구조물이다. Potocco의 장인들은 나무의 결 하나, 금속의 접합점 하나에도 사람의 손길을 남긴다. 그들은 정확한 기술로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다. 곡선과 직선, 부드러움과 단단함, 무게와 여백 — 상반된 요소들이 만나며 만들어지는 ‘균형’이야말로 Potocco 디자인의 중심이다. 이번 2025 컬렉션은 그 철학을 한층 깊이 있게 확장한다. Mario Ferrarini, Chiara Andreatti, Stephan Veit, Ferriani.Sbolgi, Omi Tahara, Vladislav Tolochko — 여섯 명의 디자이너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공예와 현대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 컬렉션은 하나의 스타일이 아닌, 형태와 감정이 공존하는 균형의 기술(The Art of Balance) 그 자체다. Potocco는 여전히 장인의 속도로 움직이지만, 그 느림 속에서 가장 현대적인 미학을 완성해낸다.

본 콘텐츠는 Potocco S.p.A. 의 공식 프레스 자료를 바탕으로 가구네닷컴 편집부에서 재구성하였습니다.
© Potocco S.p.A.. All rights reserved. (potocco.it)

MARIO FERRARINI

Structure Meets Emotion

Potocco의 미학을 가장 선명하게 구현하는 디자이너, Mario Ferrarini. 그는 구조의 긴장과 감정의 부드러움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만들어낸다. 가구는 그에게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감정의 구조’이며, 공간과 사람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도구다.
Ferrarini는 “의자에 앉는 행위조차 감정의 경험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디자인은 언제나 인체와 빛, 움직임을 함께 고려한다. 그의 작품들은 하나의 구조물이자, 동시에 감각의 리듬이다. 이번 시즌 그는 Potocco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Velis, Syn, Pipe, Minima, Trousse를 통해 각기 다른 균형의 언어를 선보였다. Velis는 구조와 부드러움의 조화를, Syn은 형태의 대화를, Pipe는 건축적 질서를, Minima는 절제된 선의 아름다움을, Trousse는 포용적인 감성을 표현한다. 그의 디자인에는 장식이 없다. 모든 곡선은 계산되고, 모든 선은 감정을 향한다. 이것이 Potocco가 추구하는 이탈리아 디자인의 본질이다.

FERRIANI SBOLGI

E Claire – 구조와 감정의 교차

피렌체의 스튜디오 듀오 Ferriani.Sbolgi는 대리석과 목재, 두 재료의 교차점에서 ‘감정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들의 첫 Potocco 협업작 E Claire는 프랑스 디저트 Éclair의 실루엣에서 착안한 곡선이 핵심이다. 단단한 대리석과 따뜻한 애시 원목이 정교한 인서트 구조로 맞물리며 완성된다. 이 대비의 순간에 긴장과 부드러움이 공존한다.

콘솔과 거울로 구성된 E Claire는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조형적으로는 균형 잡힌 직선이지만, 그 안에 흐르는 감정은 유연하고 섬세하다. 이들은 목재의 질감, 대리석의 결, 그리고 그 사이의 공기를 디자인한다. 그 만남이 만들어내는 여백이 바로 E Claire만의 현대적 우아함이다.

STUDIO OMI TAHARA

Pages – 움직임을 닮은 조형

일본의 Omi Tahara Studio는 책을 넘기는 순간의 리듬에서 형태를 찾았다. 그 결과물인 Pages는 정적인 구조물 안에 ‘움직임의 감각’을 담은 작품이다. 책장을 닮은 곡선형 기둥들이 규칙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리듬을 만들어낸다. 빛이 그 사이를 통과하며 마치 바람이 머무는 듯한 음영을 드리운다.
목재와 유리, 기둥과 선반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긴장 속에서 Potocco의 세밀한 목공 기술이 살아난다. Pages는 단순한 책장이 아니라, 공간에 리듬을 불어넣는 건축적 조형물이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와 일본 두 문화의 감성이 만나는 교차점이다. 정제된 절제미, 그리고 조용한 강렬함 — 이것이 바로 Pages가 보여주는 균형의 미학이다.

CHIARA ANDREATTI

Sen – 여백으로 완성된 균형

디자이너 Chiara Andreatti는 빛과 공기의 흐름을 디자인한다. 그녀의 작품 Sen은 일본식 종이문 ‘쇼지(Shōji)’에서 영감을 받았다. 나무와 유리의 격자 구조를 통해 공간의 경계를 흐리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동시에 담는다. Sen은 닫혀 있으나 투명하고, 단단하지만 부드럽다. 빛은 그 틈을 통과하며 그림자를 남기고, 공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가진다.
Sen은 단순한 수납 가구가 아니라, 공간과 사람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구조물이다. 목재의 질감, 유리의 투명도, 여백의 비례 — 그 모든 요소가 완벽히 계산된 정적의 미학이다. Potocco의 장인정신은 이 작품 안에서 ‘보이지 않는 정밀함’으로 표현된다. Sen은 결국, 공간을 위한 조용한 균형의 기술이다.

CHIARA VLADISLAV TOLOCHKO

Softy – 움직임 속의 고요

우크라이나 디자이너 Vladislav Tolochko는 ‘자유와 구조의 경계’를 탐구한다. 그의 첫 Potocco 협업작 Softy는 움직임과 고요, 유연함과 질서를 동시에 담았다. 그는 자연의 흐름에서 영감을 받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달리는 동물의 실루엣. 그 유기적인 리듬을 의자라는 구조로 옮겼다. Softy의 원형 좌석과 실린더형 다리는 하나의 연속된 곡선을 이루며 부드러운 긴장감을 만든다. 등받이는 인체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휘어지고, 사용자를 감싸 안듯 편안히 지탱한다.
Softy는 정적인 형태 속에서 생동감을 품는다. 그 안에는 Potocco의 철학, ‘균형의 기술’이 감정으로 변환되는 순간이 담겨 있다.

STEPHAN VEIT

Concha – 곡선이 만든 휴식

독일 디자이너 Stephan Veit는 단정한 구조와 감싸는 곡선으로 Concha를 완성했다. ‘Concha’는 스페인어로 조개를 의미한다. 그 이름처럼 등받이는 포용적인 곡선을 그리며 사용자를 부드럽게 감싼다. Concha는 편안함을 수학적으로 설계한 의자다. 등받이의 각도, 쿠션의 밀도, 다리의 비례 — 모든 디테일이 ‘휴식의 구조’를 위해 계산되어 있다. 오크 다리는 안정감을, 곡선형 실루엣은 온기를 더한다. Concha는 강렬한 장식 없이도 공간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빛이 흐르고 사람이 머무는 자리, 그곳에 조용히 존재하는 하나의 곡선. 그것이 Potocco가 말하는 진짜 사치(Quiet Luxury) 이다.